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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카가 제안하는 새로운 생각

쿼카와 함께 읽는 책 006. 쓰레기 TMI

『쓰레기 TMI

(한겨레21, 한겨레21, 2021)

 


 

24p
최소한 세 차례 기계를 옮겨가며 씻고 또 씻어도 표면의 이물질과 라벨은 단단해 쉽게 떼어지지 않는다.

 

29p
흔히 쓰는 재질이 아니라서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재활용이 어렵더라도 분리배출 표시가 있으면 분리배출하는 게 원칙입니다. 개선책은 정부와 생산자가 마련해야죠.

35p
분리배출된 재활용 가능 자원을 선별가공해 원료를 만드는 기술은 확보했지만, 그 원료를 이용해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기반은 확립하지 못한 상태다. 그 결과 일반 소비자가 재활용 제품을 구매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GR(우수재활용)마크, 환경마크를 인증받은 제품은 의무구매나 우선구매제도라는 테두리 안에서 비싼 값으로 공공기관에 판매될 뿐이다. 특정 재활용 제품만 특정 구매자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셈이다. 현재 대형마트의 한적한 구석에 환경마크 제품이 진열돼 있지만 소비자의 관심은 받지 못한다. 소비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다.

 

47p
썩은 음식이나 곰팡이가 핀 음식물을 버려도 음식물쓰레기를 일정 온도, 시간에 맞춰 가열한다면 (사료의 질은 떨어질지언정) 동물에게 무해하다고 설명합니다. (...)
 그러나 동물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단체는 이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동물의 정상적인 섭생을 존중해줘야 한다. 먹지 않고 남은 음식물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오염된 폐기물을 모아서 동물에게 준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재활용보다 배출량 감소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단느 이야기입니다.

 

53p
"물건들은 추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것인가 아니면 쓰레기장으로 향하기 때문에 추한 것인가?"(지그문트 바우만, <쓰레기가 되는 삶들>) 판단 이전에 버리는 행위로 추함은 결정된다. 버리면 추한 것이다. 행위는 물질을 결정한다. 쓰레기가 되기 전에 음식물을 구해야 한다.

67p
아무리 재활용을 잘한다고 해도 마지막엔 쓰레기를 소각, 매립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배출 전에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생활쓰레기만 줄인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생활쓰레기의 3.5배가량 되는 사업장 쓰레기를 줄여야 전체 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오길종 회장은 "소득 증가가 생활쓰레기 증가를 가져오듯, 경제 발전은 사업장 쓰레기의 증가를 가져오므로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84p
바닷속 해초는 지상의 열대우림보다 20배 이상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해양생물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고래는 일생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체내에 흡수하고 죽음에 이르면 바다 밑에 가라앉아 이산화탄소를 수백 년 동안 격리한다.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큰일을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간에 의해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93p
쓰레기 배출량과 종류도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다. 빈곤국 주민이 버리는 쓰레기는 하루 0.11kg인 데 비해, 부유국 주민의 쓰레기 배출은 4.54kg이나 된다. 고소득 국가가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전세계 폐기물의 34%(6억8300만t)에 이른다.
 쓰레기를 양산하는 부자나라들은 그동안 자국 쓰레기를 주로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에 떠넘겨왔다. 그러나 2021년 1월1일부터 폐플라스틱의 수출입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국제협약인 바젤협약 개정안이 발효됐다. 중국, 타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주요 폐기물 수입국들이 폐플라스틱 반입을 전격 금지하면서, 이들 나라로 향하던 쓰레기는 다시 원산지로 돌아가거나 다른 투기장을 찾아 떠돈다.

 

99p
일본의 길거리는 정말 깨끗하다. 그러면서 일본의 국민성을 거론한다. 하지만 나는 국민성보다 일본의 쓰레기 관련 법률과 행정 시스템이 철저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2021년 현재 일본의 쓰레기 관련 법률은 17개에 이른다. 특히 재활용 관련 법은 용기포장 리사이클법(1995년), 가전 리사이클법(1998년), 건설 및 식품 리사이클법(2000년), 자동차 리사이클법(2001년), 소형가전 리사이클법(2013년), 등 다섯 부분으로 나뉘며 각 법률의 세부사항도 구체적으로 짜였다. 앞서 언급한 건설 리사이클법의 경우 건설 폐기물, 아스팔트 콘크리트, 일반 콘크리트, 건설 발생 목재, 건설 오수 등 20여 개 항목으로 나눠 각각의 폐기물 처리 절차를 명시한다.

121p
대형마트 소비가 우리를 음식을 낭비하는 인간으로 바꿔놓았던 것처럼, 우리는 재활용 식품을 사면서 다시 생각하면서 먹을 줄 아는 인간으로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136p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25~30%는 식량 생산 과정에서 나오고, 이 가운데 약 80%가 축산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온실가스는 기후변화를 유발하고, 숲을 파괴하며, 수질을 악화시키죠.

155p
근본적인 해결책은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해야만 유지되는 경제시템을 극복해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은 물질 생산과 소비의 양을 늘리지 않는다면 불황에 따라 실업자가 넘쳐나고 사회약자의 고통을 키운다. 자원 고갈과 쓰레기 문제가 닥쳐오는 것을 알면서도 생산과 소비의 페달을 계속 밟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낭비적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순환경제로 가려면 개인의 실천을 넘어선 거대한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 수리, 수선을 통해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쓰레기를 사지 않을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쓰레기. 살아오며 이 단어의 무게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진 적이 또 있던가? 어릴 때는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잘만 버리면 되는 줄 알았고, 청소년기에는 내 인생이 쓰레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세상의 쓰레기들에 관심이 없었으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쓰레기의 맨얼굴을 만나게 된 기분이 든다.

 

채식을 시작한지가 10년짼데, 도대체 쓰레기 문제엔 어떻게 이다지도 무뎠을까? 지난 10년간 내가 쓴 일회용 플라스킥컵만 겹쳐도 최소한 10m는 될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젊지 않나, 쓰레기를 버려온 날들보다 치우고 아끼고 버리지 않는 삶을 더 오래살자, 라고 자괴감 드는 마음을 애써 추스려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해도, 여전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삶이라는 게 요원해 보인다는 것이다.

 

생산하고 소비하지 않으면 멸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회 시스템 내에서 우리는 자율적으로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을 권리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자본이 우리의 삶에서 노동자와 원산지를 지워버렸듯, 폐기물 역시 철저하게 눈과 귀, 코에서까지 멀어졌다. 물건의 앞과 뒤를 생각하지 않고, 순환의 일부를 완전히 잊은 채 우리는 자유롭게 사고, 편안하게 사용하고, 유쾌하게 버린다.

 

물론 책에서는 아주 비관적인 시선만 보이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곧잘 분리배출을 하고, 분리배출된 폐기물들을 새로운 자원으로 선순환하려는 기술도 상당히 발전해있다. 문제는 그 과정을 개별 소비자들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까닭에 오염이나 혼합 등으로 순환되지 못하는 자원들이 많다는 것, 생산 단계에서 이미 재활용할 수 없는 소재로 제작되는 other 같은 플라스틱과 저질의 비닐 등이 많다는 것, 순환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이는 기후위기와 같은 환경적 문제를 다시 야기한다는 것,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동물에게 사료로 주는 등 더 약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점 등이다.

 

적어놓고보니 생각보다 많아서 나도 놀랐다. 되게 일부만 적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결국 얼마나 재활용을 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모든 문제를 가로지르는 핵심적인 해결책은 단 하나다. 실제로 폐기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 그것이 아니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쓰레기문제의 본질적인 부분은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내일부터 당장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는 건 말도 안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들을 계속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첫번째는 생산자가 직접 폐기물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그렇게 하고있는 업종이 있다. 주류업체들은 병을 직접 수거하고, 세척해서 재사용한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주류업체한테만 요구하지? 다른 업체들에게도 요구하자. 물론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등에 대한 책임을 일부 지고는 있다. 벌금을 내고 말아서 문제지. 그러니까 돈 좀 내자,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금액을 올리거나, 아예 돈으로 대체할 수 없도록 강하게 요구해서 처리 문제까지 해결하게 만들어야한다. 자기들도 귀찮고 비용이 드니까 생산단계에서 최소화하지 않을까?

 

그래타 툰베리는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물건을 나무로 몇 개 바꾸는 걸로 우리가 겪고 있는 재앙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단순히 지금 이걸 쓰다가 저걸로 바꾸겠다,는 지금까지와 같은 소비자적 마인드로는 이 문제를 절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실제로 구입을 줄여야 하고, 폐기를 줄여야 한다. 각자 5L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구입해서 1장을 다 채우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살펴보자. 우리 가게에 오시는 한 손님은 한달 이상을 채워야 겨우 채워진다고 하셨다. 일주일이면 쓰레기봉투가 꽉 차는 나의 생활양식이 쓰레기였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이다.

 

물론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전체문제의 20% 이상 개선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업과 정부의 강력한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업과 정부를 바꾸는 것은 둘 다 매우 어려운 문제지만 솔직히 결국 정답은 대중의 인식변화와 문제의식에 있다는 원론적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시민의 단체행동이 몹시 적은 일본에서도 이따이이따이병과 미나마타병 등으로 고통받았던 기억으로 환경에 대한 법률이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살 때 종이에 든 정종 한 팩을 편의점에서 구입하더라도, 분리배출에 대한 내용이 한면에 철저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무척 감동받은 기억이 있다. 유리병에 있는 라벨을 떼내기 위해 물에 불리고 철수세미로 문지르는 난리법석을 떨지 않아도 거기서는 우아한 쓰레기 처리가 가능했다. 그런 사회니까, 솔직히 짜증나지만 선진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옆나라 중국에서는 문화도, 게임도, 학원도, 주식상장까지도 국가에서 개입해 21세기 문화대혁명이 일어나는 거 같던데,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또 기업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기술과 선택지가 있을지, 마지막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와 희망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더욱 또렷하게 알게 된 기분이다.

 

한때 육식문화가 사회를 지배하는 것을 두렵게 깨달았듯, 검은 비닐봉지가 우리삶을 역습하고 있다는 것을 공포스럽게 느꼈듯, (특히나) 일회용 쓰레기 사용이 나에게 주는 괴로움과 짜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카페에서 텀블러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앞사람이 테이크아웃을 한다. 일회용 투명 플라스틱 컵과 뚜겅, 종이로 만든 홀더, 빨대봉지, 빨대에 이르는 쓰레기산에 쌓인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쓰레기산을 생활속에서 인식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이 사회에 많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 세계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준비하든 준비하지 않든 값싸게 환경을 착취하고 책임을 약자에게 떠넘기며 유지해온 안온한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